Product Manager

Product Manager로서 실패 사례를 분석해보자 (Twitch TV - Streamer failure case analysis)

Narks 2023. 4. 23. 22:32

오늘은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2020년 회사를 다니고 있던 나는

집에서 쉴 때 Twitch TV라는 앱을 즐겨봤다.

 

Twitch TV - Logo

 

누워서 방송을 보던 나는

문득 나도 방송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밴드를 하고 있어서 마이크도 있었으며,

영상은 묵혀두었던 오래된 아이폰으로 찍으면 되었다.

 

어떤 컨텐츠를 할지는 딱히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게임을 좋아했으며 평소에

WOW라는 Blizzard 사의 RPG 게임을 꾸준하게 했으니,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찾아서 설치하고

2020년 9월 첫 송출을 시작하게 된다.

 

유명한 사람들의 방송은 500명, 1000명도 넘었지만

내가 하는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 수는 생각보다 쉽게 늘지 않았다.

지인들 중에 궁금해서 들리는 1~2명과

가끔 지나가다 들리는 사람들로 평균적으로 5명 정도.

 

SQUAD라는 글로벌 FPS 게임과 LOL, Dead by Daylight 등

여러 종류의 게임을 송출해 봤지만, 나만의 Identity가 없었다.

 

음악을 할 때와 마찬가지였다.

Identity도 있어야 했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찾는 것을 해야 했다.

 

아무리 Hard Rock이 좋고 Metal Band의 실력이 뛰어나도

그것을 좋아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도대체 어떤 컨텐츠를 해야 할까.

내가 꾸준하게 하는 World of Warcraft의 경우

시청자 수가, 시즌이 처음 열리면 15~25만도 왔다 갔다 하지만,

그 이후로 계속 떨어져서 3~4만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실력적으로는 상위 1% 내에도 들 자신이 있었다.

 

Twitch - WOW

 

LOL의 경우 평소에만 15만을 유지하는 게임이었지만,

나는 고작 상위 4% 정도의 실력이었고,

특별한 컨텐츠 없이 기계적인 게임을 하는 방송은

나 같아도 볼 것 같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스트리머가 너무 많은 레드 오션이었다.

 

Twitch - LOL

 

그렇게 나는 World of Warcraft 방송을 시작했다.

한국의 유명한 WOW 스트리머도 천명 대를 유지하는 정도였지만,

시청자 층이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첫 선택은 그리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CHANNEL PERFORMANCE OVER TIME

 

첫 방송 이후 7개월까지 시청자 수는 꾸준하게 늘었다.

하지만 좋은 지표라고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나를 어떻게 팔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없었다.

 

매번 같은 게임을 켜고, 비슷한 컨텐츠를 진행하고,

비슷한 말을 하는데 누가 찾아오겠는가.

별 볼일 없지만 그저 꾸준함 하나에,

감사하게도 여러 사람들이 찾아와 준 것뿐.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회사와 병행하는 투잡 생활이 쉽지 않았던 차에,

현실적인 부분이 겹쳐 방송을 그만두다시피 했는데,

PM 코스를 밟으며 되돌아보니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이 보여서

그중 몇 가지를 얘기해볼까 한다.

 

1. 고정적인 방송시간

 

STREAMS BY CALENDAR DAY

 

한국의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을 생각해 보자.

Running Man 같이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들은

자신들만의 꾸준한 방송시간이 있다.

최근에 송출시간을 변경했는데,

고정시간을 변경하는 것은 엄청난 고민 끝에

방송사에서 조정하는 것이다.

 

유명 프로그램마저 이럴진대

개인방송에서 고정적인 방송시간이 없다는 것은

고정 시청자 층을 가져가지 않겠다는 얘기다.

 

물론 회사를 출근해야 했기에

방송시간이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분명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2. 신규 컨텐츠의 부재

 

한 가지 주력 컨텐츠를 가지고 가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Running Man의 경우 초창기에 출연진들의 레이스를 Main으로 잡았기에,

Sub 컨텐츠들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방향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소규모 스트리머의 입장에서는 Main 컨텐츠가 아닌

Sub 컨텐츠를 진행하면 시청자 수가 즉각적으로 반영이 되다 보니,

지표가 흔들리는 걸 달가워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출연자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Main 컨텐츠에서 파생되는 부분들은 한계가 있다 보니

Sub 컨텐츠를 가져가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금방 지루해한다.

 

PM으로서의 시선을 빌리자면,

PMF를 찾기 전까지는 주력 컨텐츠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Prototype을 가지고 시도해봐야 하는 것이다.

 

PMF Pyramid

 

주력으로 하는 게임과 다른 장르의 게임을 시도한다든지

혹은 게임이 아닌 다른 카테고리를 도전하는 것들이 필요하단 얘기다.

 

3. 다른 플랫폼의 이용

 

Twitch TV는 Streaming에 최적화되어있고,

수익 구조도 후원이나 구독에 치중되어 있는 편이다.

물론 Youtube처럼 광고가 있긴 하지만

시청자층이 확실한 만큼 Google - Youtube처럼

여러 분야의 광고를 받지는 못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Twitch Streamer들은

라이브로 방송한 부분을 편집하여 Youtube로 업로드하거나

Youtube로의 동시송출을 하기도 한다.

혹은 카테고리에 따라 Afreeca TV를 이용하기도 하는 편.

 

컨텐츠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시청자 층도 늘리고

수익 채널도 비교적 간단하게 늘릴 수 있는 방법인데,

나는 시간이 부족하는 것을 핑계로

Pull Time Video조차 업로드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장에 연예인들만 생각해 봐도

큰 방송사와 하는 프로그램 이외에

Youtube, Tiktok, Facebook 등 수많은 채널을 이용하지 않는가

 

기업에서는 브랜드를 위해 광고비만 몇 억씩 쏟아붓는데,

개인 채널이라면 시간과 노력이라도 쏟아부어야 하는 법이다.

 

4. 타 Streamer와의 협업

 

Issue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OpenAPI의 ChatGPT를 보라.

아무도 모르던 AI에 대해 세상이 떠들기 시작하자

엄청난 속도로 기업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혼자 해냈는가? 아니다.

Microsoft라는 투자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밴드에 드러머만 있다면 연주가 완성되지 못한다.

좋은 컨텐츠가 있다면 여러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Issue를 만들고 서로의 시청자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WOW를 송출하는 스트리머가 Twitch 내에서

갈라파고스에 서식하는 생물이라고 생각했고,

독자적으로만 컨텐츠를 진행했다.

그리고 나는 정말 갈라파고스화되어버리고 말았다.

 

Galápagos Islands

 

5. 끊임없는 도전

 

성공한 사람은 그전까지 실패한 사람이다.

즉, 실패를 끊임없이 반복하고도 다시 도전한 사람인 것.

 

꾸준함을 잃는 순간 시청자는 즉시 반응을 보인다.

내가 도전하는 분야에서 성공할지 말지는

끝까지 도전하는 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STATISTICS

 

실제로 방송을 그만둔 순간 지표는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다시 방송을 한 지점부터 미세하지만 지표가 오르는 것이 보인다.

꾸준하게 도전했다면 또 다른 미래가 있지 않았을까.

 

여기까지 내가 실패한 원인을 분석해 보았고 나름 재밌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방향이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하면 꺾는 것도 방법이지만

옳은 시점이었을까?, 더 투자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등.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선택에 책임을 지면 될 뿐이니.

무엇보다 나에게는 아직 도전할 기회가 남았으니까!

 

법륜스님 -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선택에 따른 책임이 있을뿐.